군인생활

전역 D-0 [모든 기억은 내 등 뒤로 남기고]

뚜겅이 2021. 8. 21. 21:26

전역 D-0 [모든 기억은 내 등 뒤로 남기고]

   서론   

2021년 8월 21일.

 

1년 넘게 갇혀 살아오던 삶의 종지부를 찍었다.

 

끝과 새로운 시작.

 

아쉬움과 설렘으로 나를 채운다.

 

   이벤트   

친구이자 후임, 정말 친했던 좋은 사람 '건민이'

 

그의 보직은 탄약병이다.

 

집에 가기 하루 전, 바로 어제는 장기자랑이 있던 날이었다.

 

건민이와 건민이 처부장인 탄약관님, 권희, 종근, 인호 이렇게 6명이서 장기자랑에 나갔다.

 

우리는 015B의 이젠 안녕 이라는 노래를 선곡했다.

 

사실 우리가 아니라 건민이가 준비해준 이벤트다.

 

내일 전역한다고 이렇게 이벤트를 추진해주는 후임이 있다니...

 

적어도 사람 만나는 운은 정말 최고인 것 같다.

 

겨우 나 같은 게 전역한다는데 이렇게까지 준비를 해준다고?

 

너무 감동이다 건민아!

 

장기자랑은 저녁을 먹기 전에 시작했다.

 

황혼이 다가오기 전 노을빛이 아직도 내 시선에 아른거린다.

 

가슴은 뭉클해지고 눈은 앞으로 바라본 채 다 같이 노래를 불렀다.

 

덕분에 가슴 뛰는 하루를 보냈다.

 

세상에서 나만큼 전역 전 날 잘 보낸 사람있으면 나와보라 하슈!

 

   집으로 오는 길   

오늘은 날씨가 한바탕했다.

 

하필이면 장마가 오늘부터 시작이라니...

 

집에 가는 날은 맑으면 어디 덧나냐구...

오전 10시에 같이 전역하는 동기 1명과 나란히 나갈 계획이었다.

 

기상 시간이 9시였고 나는 7시에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비가 보슬보슬 오고있다.

 

가을 장마를 알리는 신호였다.

 

정들었던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길을 나섰다.

 

한 손에는 기타를 들고, 한 손에는 가방만 3개를 들었다.

 

비도 오고 그래서 종이로 만들어진 가방은 쉽게 찢어졌다.

 

위병소로 향해 걸어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ㅠㅠ

 

결국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같이 가던 중, 주임원사님 차가 보였다.

 

주임원사님은 우리를 보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차를 태워주셨다.

 

비가 와서 젖은 집들이 차에 들어갔지만 괜찮다고만 하셨다.

 

도와주신 주임원사님, 친구들,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위병소에 도착한 후 중대장님 연락이 왔다.

 

위병소까지 직접 오셨다.

 

같이 사진찍고 얘기하고... 헤어졌다.

 

부모님 차가 오고 우리는 떠나갔다.

 

   느낀 점   

군생활은 정말 힘들다.

 

정말 실 한 가닥을 잡고 버텼다.

 

거지같은 분위기를 화목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기도 했고, 궃은 일 나서서 하기도 하고, 나쁜 말은 생각으로 접어두고 좋은 말만 건네려고 노력했다.

 

나는 이 짓을 왜 했나했다.

 

그런데 어제 있었던 건민이의 이벤트, 같이 동거 동락해온 후임들의 응원들, 마지막까지 인사하러 와주신 행보관님, 중대장님, 주임원사님은 내가 버텨온 시간들을 모두 의미있게 만들었다.

 

내가 싫어하던 군대는 이제 좋은 기억만 남아 내 가슴에 남았다.

 

기회가 되서 만나게 된다면 이 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담소를 나눌 수 있다면 그거보다 좋은 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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