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까지 32일 [일과 6]

전역까지 32일 [일과 6]

   서론   

코로나 씨가 요즘 활발히 활동 중이셔서 부대 일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4단계 2주 연장에 따라서 대부분의 무거운 일과들이 순연되었다.

 

내가 전역하고 난 뒤로...으흐흐흐흫흫

 

   위병소 발열 체크   

오늘은 위병소 발열 체크 근무지원을 하러 가는 날이다.

 

위병소 발열 체크 근무란 무엇이냐?

 

위병소에 출입하는 모든 인원에 대해 체온을 재는 것이옵니다.

 

이 시국이 된 후부터 생긴 새로운 근무인데요~

 

출퇴근하시는 간부님들, 공사 업체분들, 군무원분들, 변호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

 

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1544-xxxx

 

.

.

.

 

원래 기상시간보다 30분 더 일찍 일어나 출발했다.

 

위병소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지만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10분만에 도착했다.

 

6시 30분이였다.

 

그리고 왜 때문인지 해가 떠있었다.

 

체온계로 태양을 향해 체온을 재보았다.

 

태양의 체온은 36.7℃였다.

 

오늘도 눈부시게 비춰주는구나... 고맙다 항상ㅎㅎ...

 

 

동기 1명과 같이 둘이서 체온체크를 했다.

 

다는 아니지만 군단 직할대의 거의 모든 분들이 이 위병소를 통과한다.

 

군단장님도, 참모장님도, 군단 주임원사님도, 우리대대 간부님들도, 다른대대 간부님들도.

 

차량이 어마무시하게 많이 들어온다.

 

차들이 제일 많이 몰리는 피크 시간에는 2명이 더 와서 총 4명이서 체온 체크를 한다.

 

경례하고 체온체크하고 좋은아침되라고 멘트를 날린다.

 

10에 2는 우리를 응원해주고 간다. (안녕~ 고생많다~)

 

10에 6은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간다. (...)

 

10에 2는 인사도 받아주고 대답도 해준다. (응...그래....)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거 쉽지 않거덩요~

 

비몽사몽, 기분도 별로일테니.

 

인사 무시해도 이해는 간다. (내가 봐준다 ^^)

 

1시간이 지나자 속이 메스껍다.

 

요즘 열사병이 유행이라는데 맛보기를 해보니 이거 참 위험하다는걸 깨닫는다.

 

강력한 햇빛을 2시간 동안 맞고나니 근무가 끝났다.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쉬라고 하셨다.

 

   오후일과   

오늘 오후 일과는 대청소였다.

 

최대 6명이 샤워할 수 있는 샤워실을 청소했다.

 

락스를 뿌리고 버리는 칫솔로 타일 사이사이에 낀 때를 닦았다.

 

이게 제일 힘들었다... 오른팔 왼팔 번갈아가며 닦았다.

 

욕실 라디에이터 뒤에 버려진 쓰레기들도 버리고, 바닥도 바닥솔로 열심히 닦아냈다.

 

3명이서 같이했는데 1시간 30분 걸렸다.

 

더워요.. 살려주세요...

청소를 끝내고 보니 광택이 난다.

 

좋아! 합격!

 

청소가 끝나고는 총기를 닦았다.

 

전역자들 총기 10정 정도...

 

이 놈의 솔질 끝나지가 않네^^

 

분해해서 먼지 털어내고 기름칠해서 닦고 또 기름칠해서 닦고 조립하고.

 

오늘 정말 몇 번을 솔질했는지 휴...

 

시간이 어느덧 흘러 벌써 저녁이 되었다.

 

오늘 일과가 끝났다~

 

이제 주말이다~

 

   느낀 점   

예상치 못했던 빡센 일과였지만 괜찮다.

 

이 정도면 나름 준수하다.

 

1년 전에는 말도 안 되게 빡세었으니까.

 

.

.

.

 

뭔가 내가 꼰대가 되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집에 가야된다는 신호아닐까?😄

 

부사수한테 잘 해줘야되는데...

 

눈에 거슬리는게 많지만... 입꾹닫!

 

입 꾹 닫아놓자.

 

내가 여태껏 받아왔던 수많은 배려를 생각하자.

 

비록 군대에서 받은 배려라고는 간부님들에게 받은 것 밖에 없지만...

 

군대가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친구처럼 또는 형동생처럼 지낼 수 있는 선후임이 되면 좋겠다.